장마 끝난 시골 정원, 잡초와의 한판 승부

 

장마철 잡초를 관리한 뒤 깔끔하게 유지된 시골 정원 풍경
장마 뒤 잡초를 정리한 정원입니다. 지피 식물과 호스타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제때 잡초를 제거하면 식물의 생육 환경을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들어가는 말

장마가 끝난 뒤 시골 정원에 나가 보면, 나는 매년 같은 표정을 짓는다. 열흘 남짓 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정원이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장마 전에는 흙이 훤히 보이던 이랑 사이가, 이제는 내 무릎까지 올라오는 초록으로 빽빽하게 덮여 있다. 비와 열기를 먹고 자란 잡초의 속도는 언제 봐도 놀랍다.

처음 시골살이를 시작했을 무렵의 나는 이 광경 앞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하지만 몇 번의 여름을 보내고 나니, 장마 뒤 잡초 관리는 피할 수 없는 연례 행사이자, 오히려 흙과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서두르지 않되 때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시골 정원을 지키는 나만의 방식이 되었다.

오늘은 장마가 끝난 뒤 내가 잡초를 어떻게 다스리는지, 그 소박한 경험을 나눠보려 한다.

장마가 끝난 뒤 바랭이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시골 정원
                                장마가 끝난 뒤 바랭이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시골 정원


장마 뒤 잡초는 비 갠 직후 뽑아야 한다

장마가 완전히 걷힌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 목장갑을 끼고 정원으로 나간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배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빗물이 빠지고 난 직후에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짝 마른 땅에서 잡초를 잡아당기면 줄기만 툭 끊어지고 뿌리는 흙 속에 그대로 남는다. 그러면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다시 새순이 올라온다. 반대로 흙이 너무 젖어 있으면 뿌리와 함께 흙이 덩어리째 묻어 나와 털어내기도 쉽지 않다. 나는 이 며칠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특히 바랭이나 쇠비름처럼 뿌리가 깊고 억센 녀석들은 물기가 적당히 빠진 흙일 때가 아니면 온전히 뽑기가 어렵다. 나는 한 손으로 줄기 밑동을 최대한 낮게 잡고, 흙을 살짝 눌러가며 천천히 흔들어 뽑는다.

뿌리째 딸려 나올 때의 그 손맛은 밭일의 은근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쇠비름은 뽑아서 그냥 두면 그 상태로도 다시 뿌리를 내리고 씨를 퍼뜨리기 때문에, 나는 반드시 한곳에 모아 정원 밖으로 걷어낸다. 한 시간만 부지런히 손을 놀려도 눈에 띄게 흙이 드러난다. 그렇게 정리된 이랑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장마 뒤는 잡초에게는 잔치이지만, 부지런한 정원사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다.

장마 뒤 바랭이를 뿌리째 뽑아낸 모습

                                            장마 뒤 바랭이를 뿌리째 뽑아낸 모습

잡초를 뽑은 뒤에는 멀칭으로 다시 나는 것을 막는다

잡초를 다 뽑았다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시골 정원에서 몇 해를 보내며 내가 뼈저리게 배운 사실은, 맨흙을 그대로 두면 잡초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흙이 비어 있으면 바람에 실려 온 씨앗과 땅속에 잠자고 있던 씨앗이 햇빛을 받아 금세 싹을 틔운다.

그래서 나는 잡초를 정리한 자리에는 늘 무언가를 덮어준다. 이 한 가지 습관이 여름 내내 정원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즐겨 쓰는 것은 짚이나 낙엽, 혹은 깎아둔 풀이다. 뽑아낸 이랑 위에 이런 것들을 두툼하게 덮어 두면 햇빛이 차단되어 잡초 씨앗이 쉽게 싹을 틔우지 못한다. 게다가 멀칭은 한여름의 뜨거운 볕에 흙이 마르는 것을 막아 채소와 꽃에 물을 주는 횟수까지 줄여준다.

시간이 지나면 덮어둔 짚과 풀이 서서히 삭아 흙을 기름지게 하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나는 텃밭 이랑 사이의 좁은 통로에는 두꺼운 종이 상자를 깔고 그 위에 풀을 덮어두기도 한다. 이렇게 미리 덮어두는 수고를 조금만 들이면 8월의 무더위 속에서 다시 허리를 굽혀 잡초와 씨름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잡초를 뽑는 것보다 다시 나지 않게 막는 것, 그것이 오랜 시골살이가 내게 가르쳐 준 지혜다.

뽑아 놓은 풀은 한나절 두었다가 마르면 멀칭으로 사용
                                       뽑아 놓은 풀은 한나절 두었다가 마르면 멀칭으로 사용 



잡초를 제거해 한결 깔끔해진 시골 정원 모습
                                           잡초를 제거해 한결 깔끔해진 시골 정원 모습


맺는말

장마 뒤 잡초 관리를 두고 나는 이제 더 이상 한숨을 쉬지 않는다. 젖은 흙이 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뿌리째 뽑아낸 뒤, 빈자리를 짚과 풀로 덮어주는 이 단순한 두 가지만 지켜도 정원은 한결 다루기 쉬워진다는 걸 몸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물론 잡초는 내년 여름에도 어김없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 초록의 기세를 미워하기보다, 흙과 계절이 살아 있다는 증거로 여기게 된 지금은 잡초를 뽑는 시간마저 시골 정원이 주는 소박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장마 뒤 잡초 관리는 특별한 기술보다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비가 갠다면, 나는 또 목장갑을 끼고 정원으로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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